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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며.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아마 애정의 정도가 강한 공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지인들의 애도와 여러 또 다른 진보지식인들의 추모의 글 혹은 정의당원들의 글들을 보면서, 심정적으로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무너져 내렸음을 보게 되었다.

나 또한 그러하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그가 잘못했을지라도 그간 내가 지지해 온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잘못의 크기보다 기대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안타깝다.

그 동안 내가 좋아하는, 심정적 지지를 하는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이 기회에 좀 더 해야겠다. 잘못을 인지하는 순간 내면에서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믿어온 대상으로부터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면죄부를 주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을 보아야 내 내면의 충격이 완화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는 노 의원에게도 기회를 얼마든 줄 수 있었다. 그의 지지자들 중에 반성하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박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용하려들겠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하고 진정성있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그간의 쌓아온 신뢰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다만 비겁한 인간만 있을 뿐이다. 내가 잘못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난 비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문해야한다. 타인의 시선이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지는 말아야한다.

난, 오늘 그냥 당신의 선택에 대해 계속 반문하고 싶다. 꼭 선택을 그렇게 하셔야만 했느냐. 잘못의 당사자가 된 것이 그렇게 견딜 수 없으셨냐. 당신은 늘 유쾌하게 호통할 수 있는 사람아니었느냐. 왜 당신에게 내리는 선택은 그렇게 가혹하셨느냐.

오늘을 잊을 것같아 오늘을 박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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