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는 대개 사고 방식이 꽤나 논리적이고, 완벽주의를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연차가 될 수록 되도록 가능한 모든 오류를 사전에 생각해 내고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한다. 오죽하면, 수백줄 작성해 놓고 한 번의 컴파일에 경고나 오류없이 딱 나오는 것을 생애 꿈(?)으로 여기고 있으랴. 딱, 한 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난 더 불안했다.

모름지기, 프로그램을 작성한다는 것은 대략의 설계와 대략의 코딩, 대략의 빌드에서 몇개 혹은 수백개의 경고나 오류를 만나고, 그것을 없애는 묘미에 있다. RPG게임의 몹들 잡는 기분아닌가? 대략 보고, 싸울만한 놈들이면 싸우고, 되게 힘들면 저장해가면서 죽이고, 영 안되거나 시간 없으면 친구 불러다가 같이 잡는거 아닌가.

그렇게 만들어 놔도, 또 여러사람 (수십, 수백, 수천, 수만명)이 사용하다보면, 또 버그라는 놈이 나온다. 그 모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 아니겠나.

완벽한 것을 아무리 지향해본다한들, 인간이 하는 모든 것에는 헛점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 법칙의 예외에 속하려고 발버둥거려봤자, 멀리 돌아서 올 뿐이다. 쳇.

좀...... 그러니까,
천천히 살자.

시간 싸움, 중요하지. 난 그 수많은 시간싸움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시간덕을 본 것은 느낌상 1%도 안되어 보인다. 오히려, 얼마나 말빨을 잘 세웠는지, 얼마나 근사하게 포장되었는지, 얼마나 이름 값에 먹어들어갔는지를 더 많이 봤을 뿐이다.

개발자의 자존심이 중요한거 아니냐면서 완벽한 프로그램을 계속 지향할 수 있다. 그거, cool engineer가 되려고 노력하는거 다 안다. 그런데, 애도 키워야하고, 휴가도 가야하고, 누구는 애인도 만나야하고, 누구는 좀 집에서는 드라마도 진득하게 봐야하는 것 아니겠나?

어떻게 인생이 프로그램처럼 완벽하게 되라는대로 굴러가겠냐고, 아무리 비집고 천재처럼 굴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작성해 놓았다고 해도, 버그리포트는 꼭 올라오기 마련인 것을.

너무 프로그램만하다가 사고 방식이 멈춰버리지나 않았나 싶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문법, 수학, 기하, 이론물리 이런거 좋아하다가 대충 그런 사람들하고 계속 어울려 지낼만한 직장에 다니다 보면, 인생이 슬퍼진다.

졸려 잠 좀 자다가 나가야지.

P.S.
9년전에는 혼자살면서 하는일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보다 월급도 더 받고, 아내와 딸 둘을 다루면서(?) 비슷한 일을 한다. 도대체 내가 가진 기술 중에 어떤 것이 이전보다 더 돈을 받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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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3 11:20

    비밀댓글입니다

  2. hihi 2007.08.16 15:38 신고

    inflation~

  3. 11 2007.11.28 05:48 신고

    명언이십니다. 유념할께요.. ㄳ..

내가 보기에 어떤 버그들은 그 사람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있다. 그 사람의 한계는 그런 버그들의 총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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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7 17:5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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