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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잡생각

청진기

Coolen 2006. 4. 5. 23:20
직업이 의사가 아닌 이상, 의대생이나 의사들이 사용하는 청진기를 직접 대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심장소리를 들어 본 일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
누구 의사 친구가 있거나 친척이 의사라면 꼭 한 번쯤, 청진기좀 빌려달래서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어 보라. 직업적으로 심장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가볍게 넘기겠지만, 며칠전 아내의 출산으로 바삐 움직이면서 평소에 갖고 싶었던 청진기를 살 수 있는 의료기기점을 보자마자 들어 가서 하나 장만하였다.

"청진기 좀 사려는데요."
"네."
"제일 싼 거 하나 주세요."
"9만 5천원인데요."
"어, 저기, 연습용은 없나요?"
"있습니다."
"그건 얼마죠?"
"만 2천원요."

만 2천원짜리 Yamasu stethoscope (kenzmedico co., ltd)를 구입하게 됐다. 청진기라는 영어 단어도 생소했다. stethoscope 였다니... 정말 어렸을적 배울만한 단어일텐데...

간단히 조립을 하고서, 귀에 꽂은뒤 왼쪽 가슴에 살짝 대어 보니, 내 심장소리가 이렇게 힘찰까 싶을 정도였다.

쿵쾅, 쿵쾅, 쿵쾅...

난 살아 있었다.
오차 없는 프로그램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엄습한 생각은 ...
난 심장이 부끄럽게 세월을 허송하고 있지는 않나,
한 번 쫘악 밀어내는 그 소리 없는 움직임이
내 온 몸을 1초 1초 살리고 있는 것을
애써 모르는 것처럼 살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시계소리마저 없는 공간에서 조차
심장은 자신의 존재를 묵묵히 숨기면서 일하고 있었다.

부끄럽게 살지 말자.
이젠 가끔은 심장 소리를 들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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