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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상을 공부한다는 것은 사상 뿐 아니라 그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을 공부하는 것이며, 그 배경에는 개인의 혹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그 이전 세대의 사상이 들어 있어서 공부를 하다보면 끊임없이 과거로 과거로 올라가기 마련이다. 역사라는 것을 공부하는 이유가 되이기도 할텐데, 과학기술에도 그런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아는 것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기술에 대한 감각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컴퓨터 분야는 1년이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나온다. 한 5년동안 공부하기를 게을리 했다면, 다시 따라오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분야이다. 이걸 따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멈추었던 지식 이후로 바뀌게 된 IT환경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변화의 가장 하위 접근은 어떤 H/W가 많이 쓰이게 되었는지를 보면되는데, H/W는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의 발전이므로, 각 시대별 성능에 대한 표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출발하면 될 것이다. 이런 H/W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언어와 프레임웍이 발전해 왔고, 한 언어가 뜬다고 하여 저런 생각없이 배워야한다면 무지막지한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좀 더 생각을 발전시키면, 역사라는 것은 과거를 정리한 것이다. 정리된 역사란 당시의 상황에서 수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그 중 하나가 득세하게 된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인데, '현재'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개발자는 성능을 극복하기 위한 그 수 많은 시도 속에 노출되어 있고, 각 시도들을 따라가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런 시도들을 따라간다는 것. 그것은 정리된 과거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빠른 학습방법이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학습방법이다.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교양이며,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개별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해서 사용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전문가적 소양이다.


재미로, 쇼펜하우어의 충족 근거율에 따라 대비시켜보면, 생성, 인식, 존재, 행위 관한 네 가지 근거율에 대하여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생성의 충족 근거율인 인과율에 대해서는 전술한 대로 성능 개선을 위한 하드웨어의 발전에 대하여 어떤 발전에 근거하여 이 소프트웨어적 발전이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고, 인식의 충족 근거율인 논리법칙에 대해서는 개별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대한 작동원리(스펙 혹은 알고리즘)를 이해하는 것이며, 존재의 충족 근거율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순수직관에 대하여는 다루는 기술이 구현되어 나오는 현상에 대한 이해, 혹은 구현 오류에 대한 디버깅을 통해 구현된 기술의 이면에 들어 있는 추상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인 것이고 (적절하지 않은 예인것 같긴하다), 마지막으로 행위의 충족근거율인 동기에 대해서는 각 기술이 어떤 배경에 의해 확산되며, 각 개발자들은 어떤 선호도를 가지고 해당 기술을 업무에 적용시키는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무리한 시도로 대비시켜봤다. 딴지 걸어 딱히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기술이란, 고도의 지적 발명품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며, 철학이란 인간의 지적행위와 상관없이도 존재하는 대상(인간을 포함)을 다루는 것에 그 이유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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