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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제조 1주년 소회

Coolen 2026. 10. 10. 20:54

2025년 10월 10일 첫 막걸리에 우연히 도전한 이후 오늘이 딱 1년 되는 날이다. 오늘도 여전히 막걸리를 담갔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 맛있는 막걸리 만들기다. 밥을 짓고, 누룩에 섞어 기다린다음 찌개미를 거르는 채주를 하면 하얀 막걸리를 얻을 수 있다. 첫 막걸리는 일주일만에 만들었고, 그 맛이 너무 좋아서 내 레시피를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 처음엔 한 번에 만드는 양을 쌀 1kg 에서 4kg 까지도 해보다 지금은 3kg을 사용한다.
  • 처음엔 1주일만에 만들다가 4주까지도 해 봤으며 지금은 하절기 2주 그외 3주를 한다.
  • 처음엔 찜기에 고두밥을 한시간씩 찌다가, 지금은 18분 백미쾌속으로 한다.
  • 처음엔 단양주로 한 번 담그다가, 다섯번까지 나누어 담아 보다가 지금은 삼양주로 정착했다.
  • 처음엔 누룩 50그램으로 쌀 3킬로(!)를 발효했다가 지금은 300그램으로 3킬로를 발효한다.
  • 처음엔 면포로 짜다 힘들어 삼베포로 짜다가 너무 탁해서 지금은 시아주머니로 한다.
  • 찌개미가 아까워서 모주를 만들어 보기도 했었고,
  • 누룩이 아까워서 적게 썼다가, 효소가 적게 나와 충분한 발효가 일어나지 않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많지만, 일년동안 시도했던 많은 미세 조정들이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경험을 만들고 감각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쉽다고 할 수도 있고, 말로 할 수 없으므로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만든 술을 친구들과 나누고, 다시 피드백을 받고, 받는 과정에서 어떤이는 단맛을 어떤이는 알콜 센 맛을 좋아한다. 물론, 나는 언제나 그렇듯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좋다.

술이기도 하지만, 요리이기도 하다. 준비가 긴 전통의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준비가 긴 요리란 이런 것들이다.

  • 동치미도 막걸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 식혜도 준비가 긴 요리이고
  • 고추나 깻임 간장 절임도 며칠씩 지나야한다.

즉석에서 뭔가를 만들어 먹어야 성에 차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길게 준비하여 즐겁게 나눠먹는 요리로서의 막걸리. 하지만, 몇달씩 기다리지 않아도 빠르면 1주일 늦어도 3주일안에 얻을 수 있는 적당히 긴 요리.

생각날 때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보다 커피콩을 갈아서 모카포트에 앉혀 6분을 기다려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맛있듯이, 막걸리 한 잔을 마실 때, 준비하면서 했던 미세 조정을 음미하게 되면, 그 한 잔은 술 한잔이 아니라, 노력의 순간과 시간들을 섞어 마시는 것이다.

1년됐으니, 간단한 숫자를 얘기해 보자면, (기록해 둔 제조기록을 뒤져서 정리해보았다)

  • 그동안 56회의 발효통을 시작했으며,
  • 소비한 쌀의 양은 123 킬로그램 이고, 물의 양은 282리터
  • 생산한 막걸리의 양은 368 리터

쌀은 대부분 신동진을 사용하였고, 물은 대부분 6개 들이 백산수를 구매하였다. 막걸리는 대부분 500ml 들이 공병을 사용하여 병입하였으므로 대략 700 병을 만든 셈이다.

꾸준히 만들 수 있었던 동기는 처음 시도에서 맛이 어느 정도 괜찮게 나왔기 때문이다. 술의 맛을 높게 유지하려는 욕망이야말로 꾸준히 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동기가 된 것 같다.

술맛은 물맛이라고, 물은 처음부터 맛있는것으로 하려고 했고, 막걸리의 알콜 농도에 따라 셀 수록 단맛이 따라가줘야하므로 최종 채주 후에 어쩔 수 없이 설탕을 추가하지만, 과하여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 비율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설탕이 들어가면서 채주후 얼마나 후숙되었는지에 따라 탄산의 양이 달라져 개봉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가을이다, 가을은 술만들기 좋은 계절이다. 1년 뒤에 다시 회고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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