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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Coolen 2006. 11. 1. 02:03

가끔 본의이게 밤길을 걷는다. 일단, 자다가 천호역에서 못내리는 경우에 걸어올 일이 생기게 된다. 내리자 마자, 건너편 열차를 한 20분 기다리거나, 나와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해야하는데, 본의이게 걷는 것이다. 한심하게스리...

가을 밤, 이문세와 푸른하늘을 들으면서 걷는 느낌 아나? 10월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걸었다. 몇몇 지인들에게 문자도 날려보고, 반응 없으면 자나보구나 생각도 하고. 그냥 그렇게 만 서른 둘의 밤길을 그렇게 걷는 것이다. 허파엔 바람이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현상도 발생하고, 아드레날린이 조금 분비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인적이 드문 도시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쓸쓸함을 재료삼아 온갖 추억들을 풍선으로 만들어 하늘로 날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날아라, 높이, 외롭게 가을 하늘을 날아라!

푸른하늘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에 쓰여진,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이라는 표현은 대상이 막연할지라도, 내 안에서 그저 맴도는 느낌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누굴 바라는 것도 아니고, 누굴 보고 싶은 것도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이 심연에서 흘러오는 외로움을 사랑이라는 느낌으로 승화시키는 엄숙한 의식인 것이다.

한 시간을 걸었다. 시월에 들어서 벌써 세 번쯤 되나 보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을 걷다보면, 밤을 만나게 된다. 밤은 늘 곁에 있다. 밤은 말도 걸기도 하고, 생각을 던지기도 하고, 가끔은 재밌는 장난도 치며, 결국 밤으로 인도하여 밤이 나인지, 내가 밤인지 서로가 서로에게 취하게 된다. 그렇게 이 밤도 조용히 조용히 곁에 있다가 사라져간다.

http://flickr.com/photos/alvito/4328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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