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서적인 '게임이론' 첫 장에는 대개 내쉬 균형에 대해 다룬다. 게임, 협상 혹은 경쟁관계에 있는 참가자들이 서로의 전략을 알고 자신의 전략을 바꿀 수 있다고 할 때, 자신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상황에서 전략을 바꾸지 않고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제공한 존 내쉬, 그의 일대기에 대한 영화이다. 러셀 크로우 분. 그는 젊었을 때 이 논문을 발표하고 44년이 흐른 노년에 이르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수학자가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몇 안되는 경우에 속한다. 그들은 대개 경제 모델에 대한 수학적 기초를 제공한 사람들이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후보에 거론될 당시 (필즈상은 40세 미만에게만 준다) 정신분열증(조현)을 앓고 있었으며, 그 병을 앓은 지 40여년이 지나 낫고나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지명이 된다.


그런 큰 상의 조건에 정신질환을 앓지 않아야한다는게 있나보다. 상을 수여하는 기관이 도리어 욕을 먹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그럴것이라는 암시가 이 영화에서 나온다. 작년 내쉬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이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었어?하는 마음으로 동시대를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신기함을 느꼈었는데, 심지어 교통사고라니 더 살 수 있었는데 사고사라는 아쉬움도 들었던것 같다. 영화 개봉년도는 2001년이므로, 내쉬는 생전에 자신의 일대기에 대한 영화를 본 것이며, 생전에 자신의 전기영화를 보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듯.


영화와 겹쳐 드는 생각은 올리버 색스였다. 그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나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나오는 희한한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들처럼 환상이 평생 따라다니는 병이 있을까? (올리버 색스의 책들을 읽다보면 저 정도는 그야말로 흔한 수준이다. 물론, 그 책들에서는 노벨기념상에 준하는 천재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수학 모델을 제시했고, 심지어 신의 영역에 속한다는 리만가설에 대해 연구하는 장면도 나온다. (리만 가설을 연구하는 사람은 신의 저주가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사고사를 당한다는 이야기)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병을 억제하는 약물투여를 멈추기도하는 장면과 자기에게만 보이는 가공의 인물이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는 장면은 인간 정신에 대한 대조를 이룬다. 보이지 않는 정신영역을 물리적 영역으로 바꾸어 약간의 비약을 허용하여 비유하자면, 손가락이 여섯인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해야하나? 치료냐 적응이냐라는 관점에서만 비유하자면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평생 살던 대로 정신 상태를 풀어 놓아야하지만, 사회에서 어울리기 위해서는 치료를 해야하는 상황.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는 아내의 헌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실제 그러했는지는 잘 모른다. 내 관심사가 아니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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