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판단이라는 놈은 한 발 내 딛기 전에 효율의 눈치를 본다. 효율은 아름다운 이름을 갖기까지, 수많은 낭비를 막아 온 기억을 가지고 있다.판단은 효율의 종이 되어 기꺼이 눈치를 던진다. 어느날, 그런 판단이 효율을 무시하고 움직였다. 여유라는 친구가 판단에게 다가와 잠시 머물렀을 그 때. 효율은 미래의 자신을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효율은 그 순간마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여, 판단을 지배함에 손색이 없었다.여유는 효율의 다른 얼굴, 여유로움은 효율 속에 잠시 나타나는 또 다른 효율.판단은 어리둥절, 낭비는 시대착오.오늘도 숨가쁘게 살아간다
하루라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다.세상이 지나가는 속도는 더 빨라진 것 같고,나는 한 없이 멈춰있는 사람 같다. 신경이 예민해졌고,작은 일에도 화가 난다.이런 상태가 내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안다. 불안한 내적 상태가 밖으로 표출되려하고, 그 상태를 끄기 위해 때로는 일에 몰두하고,때로는 더 큰 일을 도모하고때로는 누군가의 위로를 기다리며,불안하지 않으면 어찌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 모두 다 알지만, 고통은 고통이다.제일 격에 맞지 않는 말이 하나 있다면,묵상을 통해 내면의 평안을 구하라는 말이다. 에너지를 그저 사그러뜨릴 수 없다.그렇게 애 늙은이처럼 살아온 인생은다시 돌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갖지 못했으면서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표정지으라는 것은세상에서 제일 가는 위선을 연습하라는..
밤이 되면 동쪽 하늘엔 아무도 봐주지 않는 새털 구름이 뜰거야 새털 구름이 도시의 붉은 빛을 머금고 아무도 몰래 남쪽으로 날아가도 누구하나 이름 지어 주지 않아서 그냥 사라질지도 몰라 저녁엔 어디서들 기어 나와 생명 연장을 위해 몇 그램의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들고,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하루라고 하겠지. 삭신을 끌고 집에 들어가선 텅빈 마음을 공간에 투여시키고 그대로 소파에 앉히고, 눕히고. 그렇게 그렇게 이름없는 구름과 시간에 대하여 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잠에 들거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푸른 단풍나무가 흔들린다. 나무에 매달린체 흔들흔들 춤을 추는 것은 세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얀 연기가 파란 하늘에 모여있다. 저 구름이 움직이는 것은 새들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까만 밤의 깊은 곳에 희미한 빛이 있다. 별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상상의 도시. 어쩌면 이해를 거부해 숨고 싶은 까만 마음들이 모인 빛나는 오해. 머리카락을 센다. 14만 4천 백개, 스무살이 된 여인은 마음이 가볍다. 어젯밤 어두운 밤 바닷가 한 줌의 모래를 움켜쥐고 토파즈와 에메랄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릴리언트 컷 토파즈는 만칠천육백구십일개의 빛줄기를 나무와 구름과 그리고 그녀에게 나누어 감추어 둔다. 바람이 차갑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한숨이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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