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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는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몇 달 전 짧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서 쉽게 들었다가, 첫번째 장 '초봄'을 가볍고 재밌게(?) 읽고 나서, 두 번째 장은 그런 가벼움으로 읽기 참 어려워 몇 번을 읽다가 멈추었고, 이제야 두 번째 장을 읽는다.
헤르만 헤세의 인생관이 들어 있는 장이라서 더 읽는 속도가 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실제 그러한지는 조사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크눌프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친구의 관점에서 씌여진 장이다.
그 장에는 크눌프가 꾼 꿈을 소개하는 액자 스토리가 하나 들어 있다.
그 꿈에서 그는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방문한다. 동네의 어떤 것은 뚜렷하지만, 어떤 것은 미묘하게 달라 보인다. 동네 사람들을 보았을 때, 잘 아는 사람이라서 친한 척 말을 걸으려 하지만, 그들은 가까이 가기전에 피하거나, 얼굴을 볼 정도로 다가 가 보면 다른 사람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어 지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방황을 한다. 그러다가 모퉁이를 돌았을 때, 옛날 살던 집에 다다르고 그 대문에서 크눌프의 첫 사랑을 보게 된다. 그 이름을 부르며 기쁜 마음으로 가까이 가지만 그녀의 얼굴은 두번째 사랑으로 바뀐다. 그녀가 평온하고 맑은 눈빛을 가지고 있어 영적인 우월감마저 들어, 크눌프는 한 마리 개가 된 듯한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크눌프의 손을 거절하며 집으로 들어가 빗장을 걸어 잠근다. 그 뒤로 동네를 빠져나오는 길은 그 이전과 반대로 동네사람들이 말을 걸어 오고, 친한 척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피해 마을을 뛰쳐 나간다.
그 꿈을 친구에게 얘기한 크눌프는 자신만의 해석도 해준다.
모든 사람은 영혼이 있으며, 사람들은 가까이 지내며 친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영혼은 각자의 것이다. 한때 그 연인들을 소유하고 싶어 했지만, 영혼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사람으로 꿈에 나타난 것이다.
...
크눌프가 고작 사랑한 사람이 둘 뿐이라니.
교수 뺨치는 수준의 달변가인 크눌프.
크눌프는 방랑자에다가 바람둥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크눌프가 정작 사랑했던 사람은 두 명이었고 그들을 소유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으나 결국 그들은 그들의 영혼대로 둘 수 밖에 없는 것을 알게 된다. 방랑벽을 얘기 하자면, 어딜 가든 자기 마음가는대로 호방하게 웃고 떠들고 호감을 사고 친해지고 한참을 잘 지내다가 어느날 문득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을 떠나버린다.
짧은 토막글이지만 글 속의 크눌프에 대해 정리하자면.
대상을 머물게 하고자 하나 자신은 정작 머물 수 없는 천성을 가진 사람.
진리를 찾고자 잡으려 하지만, 진리가 아닌 것을 알았을 때는 쉽게 떠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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