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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집안 곳곳에 전지가 다해서 멎어 있는 시계들을 모아 놓고, 시계방에 들를 계획을 세웠었다.
그 중 하나의 손목 시계(마시마로 캐릭터가 그려있는)에 지민이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기 것이 되자마자, 계속 빨리 시계방에 가자는 것이다. 토요일에 한 번 빙 둘러 보니, 근처에 시계방이 없는게라. 여차저차 해서 어제 (일요일) 밤에 여섯개를 들고 시계방에 가게 되었는데, 자전저거를 타고 가는 시장 길에서 개운죽을 1000원에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아니 저것을 1000원에..."
싸다. 나야말로 시계방에 여섯개를 들고 가면서, 좀 싸게 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워낙 시계를 안쓰는지라, 손목시계, 탁상시계 수은전지 값이 얼마나하는지 알 수가 없고, 핸드폰 때문에 시계를 안사서 많이들 망했는지 여간해서 발견하기 어려워, 애써 찾은 시계방 아저씨가 나이 한 오십줄 돼 보여서 흥정은 않고 가만히 있었건만, 하나에 3000원씩 한다는 전지를 다섯개값, 만 오천원만 받으시더라, 내심 깎을까하는 마음도 적당하다 생각되어 다 드리려했건만, 그냥...
고*맙*습*니*다는 마음만 가지고 만 오천원을 내고 나왔다.

상상이 되지 않는가, 그나마 없는 시계방에 하나 발견했는데, 한가한 일요일 저녁에 손님도 없고, 게다가 돈을 깍으려고 마음 먹은 젊은이와 알아서 한 개 값을 안받고 주시는 아저씨.

뭐남나..

3000원을 절약하였기에 오는 길에 개운죽을 서슴없이(!) 샀다. 질렀다는 표현이 좀 무색하지? 월요일만 되면, 내가 이번 주말에도 질렀어라는 표현을 많이 해와서 대체 얼마치를 샀길래 질렀다는 건가라는 동료들의 말에는 뭐 잘해야 만원이라고 하면, 그거가지고 질렀다는 건가 실망하던데, 사실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좁아져가는 거실 바닥 때문에 그 값이 얼마든 차지하는 공간이 문제여서, 1000원짜리 조그마한 개운죽하나도 부담스러운것이었다.

뭐 남는게 있긴 하겠지?

그 리어카 아저씨 1000원 주고 팔면 한 500원남을까? 그럼 그 게운죽이 원가 500원 정도라면, 대체 뭐 먹고 사냐.

싸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세상보다는 시장에서 돌아가는 금액은 별로 크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 생활을 계속 누리는데는 아직은 그다지 크게 들어가는 것이 없다.

나야, 화분집에서 살 때, 선물용을 사는게 아니므로, 비닐 포트에 들어 있는 것을 산다. 거의 3000원~5000원정도한다. 그리고, 화분을 따로 사면 대개 4000원 잘해야 5,6000원짜리.

식물은 아주 어릴때는 정말 싸다. 묘목, 씨하나 값으로 따지면 얼마나 싼 가. 웅장해지기 전까지 아니 겉모습이 화려해지는 포장에 넣기까지는 그렇게 싼 것도 조그마할 때는 정말 싸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나도 그렇고, 내가 같이 일하는 동료중에서도 아무리 잘하는 친구라도 과거에는 싼 인력부터 시작하였고, 우리 회사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그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정확히는, 눈으로 바로 볼 수 없는 정도의 시간이 흘러 변하는 모습이다. 몇달을 기다려야 식물의 자라는 모습이 놀라운 상태로 되는 것은, 내가 일을 할 때도 급하게 결과를 보기보다는 천천히 볼 수 있게 해준다.

보고 또 보고, 그 속에 숨겨 있는 미를 찾고, 나아갈 방향을 보게되는 것. 식물을 기르는 정도의 기다림이 나에겐 늘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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