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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잡생각

저문 강에 삽을 씻고

Coolen 2009. 3. 30. 15:55
나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다고 느낄때마다, 항상 이 시의 제목이 떠오릅니다.
이 시를 볼 때마다, 못하는 그 담배 한 잔 태우고 싶은 것은 왠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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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작과비평사, 1977> / 詩 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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