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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심이 많이 갔던 이유를 떠올려 보니, 옛날 이야기(초등학교 때의 환타지 속에 있던 회사들의 이야기)이고, 아는 회사나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이고, 더욱이 일반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산업군에 속한 회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그 흔한 "성공하는 기업의......" 시리즈들은 불특정한 상대를 대상으로 씌여졌기 때문에 예제들이 사실 딴 나라 이야기 아닌가.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기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래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기업은 이러저러해야합니다
라는 결론 비스무레한 혹은 주제 비슷한 논조를 끊임없이 장마다 정리해주는 센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기대 없음 다행이 마지막 두 장인 13장 "초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14장 "되짚어 보는 초난감 사례 분석" 으로 예의상 정리해주는 정도에서 그쳐주는 착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추천의 글이나 서론에서 조차 말한 남들의 실수를 시간날 때마다 고소한 눈빛으로 읽어 내려가는 그 재미가 사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이 아닐까한다. 정말 실수 하지 않는 비법을 전한다기 보다는 단지 "실수하지 말자를 강조하기 위해 풍부한 사례"를 얻는데 적합한 내용이 아닐까?

글을 읽고나서, 과연 그 실수를 뒤에 돌아 볼 때나 가능하지 그 순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혹은 조직이 얼마나 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난, 청진기(stethoscope)가 가진 이론과 경험을 가르는 묘한 매력에 대해 종종 생각할 때가 있다. 똑같은 귀로 듣는 것인데, 의사와 같이 훈련된 사람이 들을 때는 병을 알아내는 것은 이론과 경험을 가르는 재밌는 유비(類比, analogy)가 아닐까?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잘못되어 가는 것은 사람에게 비유하면 하나의 병이라고 볼 수 있으며, 프로그래머의 관점에서 보면, 예상치 못한 입력값에 대한 버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감지하는 것은 CEO일수도 있고, 기술관리자 혹은 실무담당자일 수도 있다.

이 책이 주는 매력이 거기에 있다. CEO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 기업관련 서적은 CEO나 임원급들이 읽고 좋아할 만한 내용이 많은데 반면, 기업이 실수하면 배를 갈아타야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사원급 수준의 코미디도 있기 때문이다.

계속 잘 팔리는 책이 되어 가끔 들춰보면서 킥킥댈 수 있는, 그리고 실수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던져주는 책으로 자리 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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