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1
느리게 걷다보면, 사람들이 모두 뒤통수를 내게 보이며 앞으로 사라져 간다.
그걸 눈을 약간 게슴츠레하게 뜨고 보면, Motion Blur된 모습으로,
하나의 전위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흡사, 우주를 배경으로한 비행기 오락에서 피해야할 탄환을 보는 착각을 부른다.
내가 볼 수 없는 것은, 내 뒤에서 나와 같은 속도로 오는 사람이나, 더 느리게 걷는 사람이다.
내 앞을 지나는 무리들은 정말이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염색한 색깔도 다르고, 입은 외투도 다르며,
들고다니는 가방 모양도 다르고, 심지어 스타킹도 모두 다르지 않은가?
따라서 어떤 사람은 눈길을 끌고, 어떤 사람은 평범하다.
아마 나 또한 누군가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느리게 걷다보면, 시간이 느려진 것 같고, 난 마치 시간의 속도를 지배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총알 같은 시간, 바쁜 모습.. 내 도피해야할 1 순위가 아닌가 싶다.

너무 빨리 늙고 있다. 너무 빨리 지나가므로,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없는데, 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기만 할 뿐 그처럼
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느리게 걷다보면, 고소할 때가 있다. 한참 전에 본 사람이 아직 기다리고 있기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 그 사이에 난 주위를 자세히 살펴 보았으며,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마저 세밀히 느꼈기 때문이지. 저 건물은 어떤 모양의 창이 있고, 간판은
세로로 붙어 있는게 어울리는지, 보도블럭은 내 걸음으로 몇 걸음이나 되는지, 난 좀 더
내게 다가오는 세상을 느끼고 지나왔다는 때문이지.

내가 느리게 걷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이 느리게 걷는
걷이라는 경험에서 나온 습관이기 때문이다. 아마, 눈에 적당한 속도의 자극을
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천천히 걸을 때는, 가장
감성이 풍부해지고, 가장 상상력이 풍부해지며, 가장 결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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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느린신문 2007.12.29 10:24 신고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가는군요. 님과 같이 느리게 살고 싶은 분들과 함께하는 느린신문이 2008년 1월 1일 조촐하게 창간됩니다^^ 우리 2008년에는 더욱더 느리게 살도록 노력해요.

    느리게 살자! 느린신문 http://www.n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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