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파일메뉴의 "열기"는 누군가의 주문일지도 모른다.

같은 땀을 흘리고도,
견딜 수 없는 것은 습관인가?
이성으로 견뎌내는 것은 인격적 성숙인가?

내가 더운 걸 보면 정말 더운거라 말하는 사람은
소셜 온도계.

불쌍한 토끼털.
부러운 구피의 비늘.

어떤 극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땀은 흘러내리고,
그것을 유쾌하지 않은 경험으로 각인한 것일까.

쓸모없는 맹장 같은 더위.

모래와 흙의 노래가 들린다.
바람과 낙엽의 대화가 들린다.
새들과 구름의 대화가 들린다.
한숨과 습도계의 대화가 들린다.

머리카락을 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성이 흐른다.
흘린 땀방울을 재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기를 맡는다.

유리벽에 막혀 나아갈 수 없을 때 느끼는 건조한 적막.
3000년전에 쌓인 먼지에 채광창을 통하여 내리는 태양광.

같아야할 두 개가 다른 것은 물없이 먹는 고구마.

그 처음 작업 시간에 한 일에 관하여,
켜켜이 쌓인, 지워진 얼룩의 탄식.

하나는 준비되어 있다하고,
다른 놈은 달라하고.
멍청히 아무 생각없이 귀찮듯 이들의 투정을 받아낸다.

80개의 거미줄,
거미줄 밑에 있는 스물한개의 리어카.
우리는 남들 모르게 사백 마흔 세개의 구멍을 뚫어 놓았다.

밤새 쉬지도 못한 눈동자는,
진리가 빛인지,
어둠속에 묻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한 숨을 쉬어 낸다.

검은 낮에도
어깨는 총알을 받아내고
화약 연기만 오후 두시의 종소리에 사라져간다.
그 함수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가치없는 존재인지 아느냐고

그리고는 더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일까?

자신이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일까?
자신의 런타임 호출 빈도가 작다는 것일까?
허술한 구조에 비해 다행이 안전한 데이터만 입력된다는 것일까?

그렇게 하루를 번민하다가,
한번도 본적 없다는 듯이 그를 무미하고도 건조하게 스치고만다.

훗날 아무 생각 없던 날,
약속도 없었던 날 그를 먼발치에서 못 본 척 지나가고 나서야
묻어 두었던 그 번민이 떠올랐고 그 답마저,
아니 답이라 강하게 느껴지는 생각마저 떠올랐다.

원래 그 함수는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었고,
답을 구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날은 번민했었고, 답을 구해야했으며,
결국 내가 함수인지도 모를 몽환속에서
잠 밖엔 답이 없다는 것으로 체념했다는 것이다.

그에겐, 암시적 형변환이 부끄러웠나보다.

꽃,

꽃이라 말하는 순간,

장미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흔한 사람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나?

흔한 사람의 범주에 들지 않아서?

그것이 특별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대한다면,

당신은 이미

내 볼 품없는 전제의 희생양이다.

메에에에.

그림 나무 새

나는 그림 나무새 
조용한 밤이면 
너를 부르는 노래를 하며
세상의 적막을 잠깨운다

누가 알랴
누가 들으랴 
세상의 적막은 아무도 없으므로
적막이라 할 수 없는 것

난 노래를 부르다 
너의 기척 소리에 
그림 나무 속으로 숨는다 

널 볼 자신 없는 그림새는
추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두려워 

적막이라 말할 수 없는
시간에 너를 부른다.

Note:
그림나무새.. 테헤란로를 지나다보면 공사현장들이 있는데 
미관상 벽을 숲 사진으로 찍어 놓은 곳이 있다.
마치 내가 그 적막한 숲 어딘가에서 숨어 있다가.. 그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그가 나타나면 숨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세상의 적막은 아무도 없으므로
적막이라 할 수 없는 것
이말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 앞으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다면
과연 그건 일어난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삶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본다.

--
1998년 아니면 1999년 즈음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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